이 글은 데카르트의 책 《방법론》을 번역한 강영계 교수님이 책 말미에 해설로 덧붙여 실은 글을 옮긴 것입니다.
서양철학사를 개관해 보면 그것이 일관성 있는 맥락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대 그리스 철학은 자연철학 시대, 체계의 시대, 윤리·종교의 시대로 구분된다. 소크라테스 이전 탈레스부터 데모크리토스에 이르기까지 자연철학자들은 외적 자연의 근원 물질(실체), 자연의 생성 변화의 현상과 그 근거 내지 원리를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와 궤변철학자들(소피스트들)은 인간 내면으로 관심의 방향을 돌리고 인간의 본성을 탐구했다. 그리스 말기와 헬레니즘 시대로 들어서자 스토아학파, 신플라톤학파(플로티노스주의자들), 에피쿠로스학파 등은 윤리·종교 문제를 탐구하는 데 몰두했다.
중세 기독교 철학, 곧 교부철학과 스콜라철학에서는 “철학은 신학의 하녀다(Philosophia est ancilla theologiae)”라는 명제가 말해 주듯이 실천적인 기독교 신앙이 우선이었고, 철학은 그러한 신앙을 견고하게 해 주는 이론적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스콜라철학에서는 보편이 개별에 선행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공리공담에 가까운 논쟁이 장기간 계속되었다. 중세 철학은 신 중심이었으며 이론적으로는 보편논쟁에 치우친 경향이 있으므로 많은 사람들은 중세를 일컬어서 암흑시대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15-16세기 종교개혁, 문예부흥, 신대륙 발견, 자연과학의 발달 등으로 장기간 유럽을 지배했던 중세 철학의 장막이 걷히고 르네상스 철학이 얼굴을 내밀었다. 르네상스 철학을 대변하는 쿠자누스, 파라셀수스, 브루노 등은 신과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범신론적 사상을 전개함으로써 곧 다가올 근대 철학의 기초를 닦기 시작했다. 16세기 말부터 영국에서는 베이컨, 홉스, 로크, 흄 등이 대변하는 경험론 철학의 전통이 수립되었고, 대륙에서는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등이 대변하는 합리론 철학의 전통이 수립되었다. 영국 경험론은 감각 경험을 대상 인식의 핵심 요소로 보았으며 인식 방법으로 귀납법을 제시했다. 개별(특수) 사실들을 관찰함으로써 보편 원리를 구성하는 것이 귀납법이다. 반면 합리론의 인식 방법은 연역법이다. 즉 보편원리를 개별 사실에 적용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론의 창시자 베이컨은 철학적 인식 방법으로 귀납법을 제시했으며 동시에 자연 탐구에서 방해되는 우상들(편견들)을 제거할 것을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근대 합리론의 창시자 데카르트는 자연을 수학적으로 고찰해야 한다고 생각해 연역법을 강조했는데 소위 방법론적 회의를 통해서 명석판명한 관념을 확인하고 그러한 관념에 의해서 자연을 탐구해야 한다고 보았다.
중세철학은 신과 신학 중심의 암흑시대로 대변되는 반면 근대 철학은 휴머니즘과 인식론을 탐구 주제로 삼았던 영국 경험론과 대륙 합리론으로 대변된다. 영국 경험론의 시원은 고대 그리스의 궤변철학자들(소프시트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예컨대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고 했다. 이 말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뜻이 켤코 아니고 인간 각 개인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잣대라는 것을 뜻한다. 왜냐하면 개인은 자기만의 고유한 감각 경험에 의해서 대상을 판단하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영국 경험론은 고대의 궤변철학과 마찬가지로 개연성으로의 진지를 주장하기 때문에 상대주의적 진리관을 주장한다.
경험론은 이성과 같은 인간 영혼의 본유적 인식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데 비해서 합리론자인 데카르트는 고대 그리스 플라톤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 인간의 이성은 보편 필연적이면서도 논리적·직관적으로 확고한 존재론적 원리(근거)를 개별 사물에 적용하여 명석판명한 관념(idea clara et distncta)을 얻음으로써 보편적인 진리 인식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는 영원불변하는 개념적 대상인 이데아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는 플라톤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 수학적·논리적 사유에 의해서 자연세계를 오류 없이 인식하고 탐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래는 저희가 출간한 전자책 《인문학, 3가지 힌트》 에서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이 언급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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